손정의는 다시 세계 최고 벤처캐피탈리스트 될 수 있을까- ②

소프트뱅크는 1981년 설립됐다. 첫 30년 주기는 소프트뱅크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1990년부터 2020년까지다. 조립 PC에 소프트웨어 세팅 → 전자박람회 회사 인수 → IT 스타트업 연쇄 인수 → 일본 보다폰 인수 → 수익 확대 → 해외 기술 기업 인수 → 비전펀드 출범. 다음 30년인 2020~50년은 AI 기술의 발달과 모빌리티 산업의 구체화, 로봇 기술의 발전 등에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손 회장은 저금리와 풍족한 자본의 수혜자다. 과거 창업자들이 사람과 PC만 갖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있던 데 비해 이제는 자금이 넘치다 보니 오프라인과 심층 기술 영역까지 건드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손 회장은 ARM홀딩스 같은 회사를 거액에 인수했고, 쿠팡에도 막대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또 '콜럼버스 프로젝트'란 미국 통신업계 진출 프로젝트도 있다. 미국 통신업계 진출은 손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2013년 미국 4위 통신사 스프린트를 216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초 협의 가격보다 15억 달러 올린 가격이다.  손 회장은 사고 싶은 기업이 있으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사고 만다. 


컴덱스 인수 때도 그랬지만, 담판 승부, 승부사 기질이 손 회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손정의 회장은 300년 기업을 만드는 군 전략에 5000개 기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소프트뱅크가 출자한 기업 수는 800개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욕망은 자기의 통찰력을 현실화하고 성공을 일구는 강력한 에너지다. 동시에 통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기중심에 욕망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원칙과 근본을 지킬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사업가는 자기가 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최근 소프트뱅크의 경영 상황 악화를 보며 우리는 손 회장의 경영 원칙을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손 회장의 여러 경영 원칙 중 하나는 '7의 법칙'이다. 손정의 회장이 만성 간염으로 투병 중일 때 고안한 것으로 승률이 7할 이상 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않겠다는 뜻이다. 7할 이상의 승산이 있다면 승부를 걸만하며, 3할 이상의 패배 가능성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패배란 회사의 부도를 뜻한다. 승률이 7할 이상이란 것은 객관적 판단이 어렵고 그 근거도 확실치 않다. 이걸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리더의 능력이자 자질이라고 손정의 회장은 평가다. 일반적으로 VC들이 10개 회사에 투자해 1~2개가 대박 성공해 나머지 투자 손실을 메꾼다는 원칙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특히나 빠르게 변화하고, 변화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IT 업계에서는 7할 승률을 점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버리지다. 2016년 출범한 비전펀드는 1000억 달러로, 이전에 손 회장이 100억 달러 안팎의 자금을 굴릴 때와는 규모 차이가 엄청나게 커졌다. 이제는 짊어질 수 있는 리스크가 30%가 아니라 3% 이내로 낮추는 새로운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자칫 큰 투자가 전체 회사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완충지대를 충분히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손 회장이 투자한 우버나 위워크 같은 회사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라 투자금이 많이 들고, 많은 서플라이체인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수익이 창출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업계 1위 회사라고 하더라도 투자 위험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손 회장이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든,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간과했든, 현재 시장 상황이 '7의 법칙'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또 비전펀드의 절반 가까운 투자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재무적 투자자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금을 통한 미래 비전보다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희망한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석유 패권의 종말에 대비하고 있다. 이슬람은 율법으로 이자 수취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이슬람 금융은 지분투자에 따른 자본 소득이나 지분율에 따른 쿠폰 및 배당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우디 왕가는 비전펀드에 거액을 맡기며 안정적 소득을 희망했지만, 비전펀드의 비전을 본격적으로 펼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비전펀드는 펀드 상장, 우버 상장, 위워크 상장 등 여러 출로를 계획했으나, 금융 시장 악화와 저조한 기대심리 등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손정의 회장의 7할의 승부에 대해 오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손 회장의 또 다른 경영 원칙은 20대 때다. '20대에 사업에 이름을 내건다, 30대에 사업 자금을 모은다, 40대에 사업에 큰 승부를 건다, 50대에 사업을 완성시킨다,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 이것으로 소프트뱅크 2.0의 시대를 연다.


1957년생인 손 회장은 올해 한국 나이로 63세다. 본인의 원칙대로라면 2017~18년에 은퇴를 하고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줬어야 했다. 실제 자신도 은퇴를 염두에 두고 2014년 니케시 아로라 소프트뱅크 부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런데 돌연 2016년에 자신의 은퇴를 번복하고 아로라 부사장을 내보냈다.


"아직 더 하고 싶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내가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많다."


복귀의 변은 이랬다. 손 회장은 똑똑하고 승부사 기질이 있지만, 독불장군 같은 측면도 있다. 비전펀드나 소프트뱅크 투자심사역들이 손 회장을 어려워한단 얘기는 많이 들립니다. 자율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런 가운데 본인의 원칙을 번복하고 60대에 접어든 손 회장이 복귀한 데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컸다. 


나이가 많다고 꼭 무능하거나 판단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손 회장처럼 젊은 사고를 유지하려 부단히 애 쓰는 CEO의 경우는 20~30대보다 더 탄력적인 사고를 한다. 다만 일을 끈기 있게 끌고갈 강한 체력과 성공한 CEO로서의 업무 관성, 패러다임 시프트에 따른 새로운 룰 등의 문제를 손정의 회장이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란 의문은 남는다. 


특히 본인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 경영 판단이나 업무 추진을 서두른 측면도 있다. 최근의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로 회사가 망하거나, 비전펀드가 사라지는 없을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투자가 전방위적이고, 통신·인터넷서비스 등 본 사업의 실적은 여전히 잘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의 미중 관계 악화, 코로나19, 벤처투자 거품, 언택트 시대의 도래, 공유경제의 실패 가능성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 속에 소프트뱅크는 1년 이상은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손 회장이 꼭 자신의 원칙을 어겼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본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원칙도 아니다. 


그러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장 상황을 다소 안일하게 대처했고, 성급한 측면은 분명 엿보인다. 땅따먹기에 너무 몰입한 것은 아닌지, 본인 영토로 못 돌아올 정도로 돌을 멀리 보낸 것은 아닌지 말이다. 벤처 신화를 쓴 손정의 회장의 근황과 그의 경영원칙 속에서 창업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특히 최근 소프트뱅크의 경영난으로 여러 흐름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의 소프트뱅크 이사 퇴진으로 인한 소프트뱅크의 중국 비즈니스 변화, 미국과의 관계 설정, 그리고 쿠팡의 내년 상장 가능성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