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 익는 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 한국에 기회될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우버의 플라잉카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뉴스가 나온 바 있다. 인도의 도로 인프라는 심각하게 떨어진다. 13억 명에 달하는 인구와 협소한 도심, 부족한 자본 및 개발 경험. 전국적으로 도로망을 새로 까느니 플라잉카를 보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술과 인프라의 발전 경로를 건너 뛰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신흥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VHS 비디오를 건너뛰고 DVD부터 시작했고,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전기차에 힘을 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전통 산업 생태계가 없으니 신산업이 추진이 용이할 수 있다. 


대대적 산업 전환이 일어나는 가운데 '다음 승천할 용은 누구냐'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관심을 갖는다. 동남아시아가 그 해답이 되고 있다. 


동남아에 한국을 비롯해 미주·유럽·싱가포르·중국 등지의 자금이 물밀듯 들이닥치며 테크 붐이 일고 있다. 2019년 상반기에만 동남아 테크 기업에 총 49억 달러(약 5조9000억원)의 막대한 투자가 성사됐다. 전년 동기의 22억 달러, 2017년의 17억 달러와 비교하면 폭발적 증가세다. 인도네시아의 승차공유 서비스 '고젝'(gojek)은 2017년부터 2019까지 총 7개사를 인수했다.


사모펀드(PE)도 동남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중국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는 상황이라 동남아의 가파른 투자 증가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벤처캐피탈(VC) 골든게이트벤처스와 프랑스 비즈니스 스쿨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추세는 앞으로 5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23~25년 사이에 적어도 700건의 엑시트가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테크 기업이 이처럼 폭발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입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했다. 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의 GDP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젊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동남아의 중위연령(median age)은 29세로 세계적으로도 젊은 편이다. 젊고 활력 넘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중위연령은 44세로 동남아보다 15살이 많다.


동남아에 스타트업, 뉴테크 비즈니스가 자리 잡은 지는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회가 크다. 그간 한국 사업가들도 동남아에 많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다. 제도부터 사회문화가 성숙하지 않았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동남아가 변화하고 있고, 기술 변화의 국제적 흐름을 잘 타고 있다. 설익었던 사과가 이제 맛있게 농익고 있는 셈이다. 신규 창업자라면 동남아 진출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특히 한류 열풍의 붐을 타면 한국 기업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