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과연 면접에 도움 될까


글로벌 경제 성장에 발맞춰 명품 시장도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명품이 잘 팔리는 이유는 자신의 부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함이다.


재킷부터 가방, 신발까지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사람들은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고, 조금 더 뛰어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사업가들이 돈이 부족해도 외제차나 명품 시계, 비싼 의류를 하고 다니는 것은 주변에 과시를 통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업가로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취업 준비생들의 경우는 어떨까.


명품을 입어 스스로를 돋보이게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수수한 차림으로 평범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까.


호텔이나 수입 스포츠카, 고급 리조트 마케팅 포지션 면접 자리 or 유치원, 공무원, 도서관 등 사무직. 업종과 업무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통해 미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의 켈로그 경영대학(Kellogg School of Management) 연구진이 심리학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면접 때 럭셔리 브랜드를 입는 것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면접은 면접자의 인상이 형성되는 자리인데, 롤렉스 시계나 명품 가방 등등이 메시지의 온전한 전달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면접관 입장이라면 명품 로고가 눈에 띄면 구직자의 말에 집중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혹은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명품 로고 때문에 편견이 생길 수 있다. 


또 명품은 부의 척도, 사회적 지위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수단이기 때문에, 면접관 입장에선 "내가 너에게 무슨 일을 시킬 수 있겠나, 뭘 물어볼 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특히 신뢰성과 공감, 호감, 친절함 등이 필요한 업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학부생 1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하려 했다. 


실험체(남성)가 착용한 동일한 티셔츠에 구찌의 로고 유무 여부에 따라 어떤 인상을 받는지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자들은 사회적 지위와 계급, 따뜻함 및 배려와 같은 여러 특성에 대해 평가를 내렸다. 


설문 참가자들은 구찌의 로고가 박힌 옷을 입은 경우에 따뜻함과 신뢰도, 친절과 같은 특성을 낮게 평가한 데 비해 지위는 더 높게 평가했다.


이들은 또 구찌를 입은 남성이 자신의 인상을 관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느꼈다.


연구진은 버버리 핸드백을 든 여성을 실험체로 같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 참여자들은 여성의 지위가 높지만 따뜻함은 낮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가 115명의 학부생들을 중심으로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후보자를 선택하도록 요청했다. 이 조사에서는 프라다, 롤렉스, 버버리, 포르쉐 등 일부 고급 브랜드를 꺼리는 내용의 답변이 나왔다. 


오직 홍보 업무를 위해서만 명품 브랜드를 착용한 실험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신의 '노출 관리'에 신경 쓰기 위해 명품을 착용한 사람들에게는 따뜻함과 신뢰도, 친절함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11년 네덜란드에서 연구자들이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를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저널에 발표했을 땐 명품 면접이 면접자의 우선적 대우와 재정적 혜택을 이끌었다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다. 2015년에 연세대학교와 미국 코스탈캐롤라이나대학교 연구팀이 서울 소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중저가 브랜드 H&M과 루이비통 옷을 두 면접자에게 각각 입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명품 옷을 입은 사람을 뽑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는 '비즈니스 연구'(Journal of Business Research)지에 실렸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비싼 옷을 입는 것이 자신이 그만한 재력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인상을 심기 위해서라고 풀이했다. 급여에서도 차이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명품 브랜드의 면접자에게 중저가 브랜드 의류를 입은 면접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도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명품 로고가 너무 튀지 않고 적당히 눈에 띄어야 효과가 있다고 전제했다. 부자들이 대개 알 만한 사람들만 알아보는 미묘한 차이로 명품을 선호하는 것처럼.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이에 대해 "채용 시 (명품 착용에 따른) 시그널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이 시그널은 힘이 있으며, 꽤 복잡하고 어두운 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앞서 연구 결과처럼 마케팅이나 홍보 직군은 명품 착용이 면접에 유리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