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탈 쓴 '블랙엔젤' 어떻게 거를 수 있을까


 


사업 초기에는 자금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아이디어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까지는 월급이든, 퇴직금이든 자기 돈을 부어야 한다. 그 이후에 창업해 제품을 보완하고 양산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시드투자'를 받아야 한다. 


정부지원금이 마중물이 될 수도 있고 은행 대출, 보증기관의 보증 등등 여러 루트를 찾아 동분서주해야 한다.  시드머니 확보를 위해 엔젤투자자를 찾아가는 창업자도 적지 않다.


엔젤투자란 신생 기업이 창업 자금이 부족할 때 회사의 주식을 대가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투자를 말한다. 대개는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지만 창업 및 개발 자금이 필요한 경우 투자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 초기 단계의 천사 같은 투자라고 해서 엔젤투자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세상만사 모두를 다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엔젤투자자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좋은데 돈이 절실히 필요한 회사라면 많은 지분을 주더라도 투자를 받고 싶다. 그러나 이런 경우 기업사냥꾼, 이른바 '블랙엔젤'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블랙엔젤이란 처음에는 천사처럼 자금을 대주다가 갑자기 안면몰수하고 창업자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빼앗는 투자자를 말한다. 엔젤투자는 교과서적으로는 기업을 성장시켜 열매를 함께 나누는 존재인데, 블랙엔젤은 짧은 시간에 자본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투자금을 유치해주겠노라며 페이백, 이른바 20% 꺾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보통의 엔젤투자자라면 3~8% 수준의 지분을 유상증자를 통해 배정받는다. 팁스는 10~20% 정도로 투자자 지분이 많지만 금액은 약 1억~5억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은 초기 스타트업의 기업 밸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이용해 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다. 많은 창업자들이 시드투자금으로 5000만~1억원정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분을 3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1억원 투자에 지분을 20% 요구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당신 회사의 가치를 5억원으로 쳐줬으니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일부지만 5000만원을 투자하면서 지분의 30%를 요구하기도 한다.


"나머지 지분 70%는 내 영향력 안에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오판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 등을 고려하면 1억원은 2~4개월 운전자금 수준 밖에 안 된다.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엔젤투자자에 손을 벌리다 보면 어느새 지분은 블랙엔젤에게 넘어가 있게 된다. 


특히 기업이 성장해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게 될 때 엔젤투자자 지분이 30% 이상 되면 VC 투자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분 분쟁 가능성이 있고 엔젤투자자가 주가를 높게 책정해 요구하기도 한다.  VC로서는 창업주와 엔젤투자자와 같은 비중의 지분을 갖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자금 사정이 아무리 급해도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 투자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요즘 들어 투자자문 등의 타이틀을 달고 스타트업에 접근하는 블랙엔젤이 적지 않다. 주변에 정말 믿을만한 엔젤투자자가 있지 않다면, 엔젤투자는 가장 후 순위로 두시고, 먼저 정부지원금이나 금융기관 보증대출에 의지하는 편이 낫다. 


만약 엔젤투자를 받게 된다면 (사)한국엔젤투자협회에 등록되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필수다. 협회에 등록돼 있다고 무조건 믿으란 얘기는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구가 아니며, 협회에 등록된 엔젤투자자가 사고를 친 사례도 적지 않다. 


만기 때 특정 가격에 지분을 사거나 매각할 수 있는 '콜옵션' '풋옵션'을 두는 경우도 있는데, 복잡한 옵션 설정은 피하는 게 좋다. 경영상 변수가 많아지면 기업 운영이 힘들고, 지배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 

주로 어떤 창업자가 블랙엔젤의 타깃이 될까.

​-과거 창업 실패로 자금 지원이 어려운 창업자
-금융대출이나 기관투자 유치가 힘든 창업자
-매출실적이 없어 정부 지원자금을 받기 어려운 경우
-담보규정을 못 지켜 금융기관, 창업투자회사 투자가 어려운 경우


특히 과거 창업 경험과 공모전에서의 수상 경력을 들이밀며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이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 공모전, 정부사업만 골라 지원금만 타낸 이른바 '헌터'였을 가능성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창업멘토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도 이들이 누군지 일일이 검증하지는 못한다. 온라인상에서 유명하다고 하면 연락해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부가 인증한 전문엔젤투자자로 활동하면서 창업 멘토링을 해주며 창업자들에게 접근해 투자 주선 수수료를 받거나 사업 아이템을 뺏는 블랙엔젤도 적지 않다. 투자가 아닌 저리 대출을 해주며 연 복리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복리는 빚을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리는 마술을 부린다. 


투자의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기업이 커지더라도 끝까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천사의 가면을 쓴 악마들을 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