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에 부상하는 IT·벤처…버블 꺼질까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안 입고 물놀이를 했는지 알게 된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 같은 가치 투자자들은 기술보다는 현금 창출을, 가능성보다는 실체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최근과 같은 IT·바이오 등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장세가 버핏으로썬 불편할 수 있다. 

 

최근 'XX 스타트업이 상장한다' '벤처기업 ㅇㅇ가 매각된다' '■■사가 바이오 시장에 진출한다'는 등의 확인 안 된 투자 정보가 난무한다. 

 

그간 한국 벤처 생태계에 가장 취약했던 점으로 꼽혔던 것은 유동성 기근이었으나, 최근에는 유동성 과잉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크게 ▶장기투자 부재 ▶협소한 시장 ▶엑시트 창구 부재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 등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기술이 아닌 금융 측면으로 접근하다 보니 장기 투자가 사라졌고 ▶ 장기 투자를 받기 어려우니 창업자들은 단기 성과를 내기 좋은 비즈니스 모델에 천착하고 있으며 ▶작은 시장에서 O2O를 벌이는 바람에 경쟁만 치열해졌고 ▶AI 등 신기술이 없으니 자연스레 M&A, IPO 등 엑시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에 신규 벤처투자, 벤처펀드결성, 스케일업 펀드 등이 30조~40조 가량의 자금을 쏟아붓게다고 지난해 밝히고 올해부터 본격 펀드 조성 및 투자에 나선 상태다. 

 

바이오 등 기술 개발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분야는 재무평가에서 기술평가 위주로, 특허에서 인력·원천기술로 상장 및 투자심사 포인트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다만 '엑시트 창구 부재'의 문제점은 어떻게 소화할지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엑시트 창구는 크게 M&A와 IPO다. M&A는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매각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M&A는 O2O보다는 기존 사업·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광학·AI·보안·전기·전자 등 기업의 사례가 많다.

 

그러나 사실 한국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진 않다. M&A 할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이에 IPO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간 기관 국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장래성보다는 현재의 현금흐름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 가능성 중심의 평가 방식 도입과 기업의 IPO 가능성을 높여주는 한편, 활발한 상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마중물 차원으로 코스닥에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코스닥 거래 촉진을 위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수수료를 내려 기관 투자자 진입을 유도하고, 증권거래세도 0.05%포인트 인하했다. 기관의 코스닥 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여의도 불리시언들도 "코스닥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과도 같은 얘기다. 현재 증권시장은 인플레이션 없는 상승 중이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마무리 되지 않았고, 백신 접종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아직 시장 변동성이 높다. 미·중 무역분쟁이 끝나지 않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악재가 많다. 또 스타트업, 벤처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