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세 급등] 비트코인 역대 최고가 경신, 코인은 가치 있는 자산일까 -②

정부는 현재 시스템을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자기 역할을 했다. 당시 정부는 암호화폐의 투기 과열이 더욱 커질 경우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암호화폐 시세가 폭락한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부의 조치는 암호화폐 투기를 차단함으로써 사회 혼란을 미연에 막자는 취지였다. 당시 정부는 이랬다.


▶암호화폐 정체성 파악(2017년 중순)
정부 장차관 수준에 암호화폐란 게 보고 된 것은 2017년 5월께다. 당시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가 미주·유럽을 공격하며 비트코인을 요구했고, 여기에 북한의 해킹부대가 활동했다는 첩보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 정보를 정부에 보고했다. 당시만 해도 암호화폐에 대해 정부는 무지했다. 컴퓨팅을 통해 생성된 포인트 정도로 막연하게 이해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등에 담당자를 배정하고 암호화폐의 정체성과 국내 자금 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 인지, 대책 마련(2017년 말)
당시 여의도 증권가 커피숍에는 증권시장이 한창 진행 중인 오전 10시임에도 많은 증권맨들이 모여 대다수가 암호화폐를 얘기했다. 저녁때 강남 술집에서도 IT와는 아무련 관련 없는 50대 중년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논했다. 투기가 절정에 달한 것이다. 특히 11월 두나무가 업비트 서비스를 개시하며 투자 접근이 쉬워지자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로 몰렸다. 특히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가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내놓기로 하자 시세는 더더욱 달아올랐다. 증권시세판 앞은 텅텅 비었지만 암호화폐 시세는 연일 빨간불을 그렸다.

당시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2017년 말 국무총리실 산하에 법무부, 금융위 등 6개 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TF를 만들었다. 법적, 금융적 접근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을 진정시킬 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단(2018년 초)
암호화폐 투기를 적당한 수준에서 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법무부가 치고 나갔다. 박상기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어떤 나라도 암호화폐의 법적 규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암호화폐 투자가 한창 뜨거웠던 한국에서 당국자의 입을 통해 거래소 폐쇄 가능성이 언급되자 한파가 몰아쳤다.

헌법에서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경제활동과 상거래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에서 박 장관의 말은 법적, 정치적으로 부담이 상당히 큰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벌집계좌를 차단하고 신규 계좌 개설을 모두 금지시켰다. 


▶탐색전(2018년 초~현재)
현재는 탐색전 중이다. 일단 시장을 진정시켰으니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ICO 업체들의 상황 파악을 하고 있으며, 모집한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불법적 용도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당국이 암호화폐 계좌 개설을 막고 있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작 은행 창구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는 암호화폐는 글로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미국·일본 등 금융시장이 큰 나라의 동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암호화폐는 과연 가치 있는 재화일까. 만약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현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기술 내지는 재화였다면 정부의 대처는 달랐을 것이다. 단지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의 생성과 거래를 통해 건전한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 이를 규제할 이유는 없다. 다만 암호화폐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재화의 공급과 유통에 있어 신뢰 기반의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백서의 제목도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 전자 화폐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시스템이지 재화가 아니다.


주식의 경우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주식회사는 회사를 주식으로 쪼갤 수 있는데, 이 회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주당순이익'(EPS), 즉 주당 얼마큼의 돈을 생산하느냐를 측정할 수 있으며, 실제 주식은 기업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수단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비트코인의 경우 발행할 수 있는 2500만개의 수량을 모두 차지했다고 해서 비트코인을 발행한 법인 내지는 사토시 나카모토란 가상의 인물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 않는다. 현재까지 권리 수단으로써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없으며, 어떤 이익도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컴퓨팅 코드일 뿐이다. 


신기술에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한 고민을 다시금 진지하게 할 필요는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죽였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암호화폐 종사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물론 블록체인 분야에 건전한 개발자와 새로운 비전을 지향하는 기획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들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불미스러운 일들과 이와 관련된 사람들을 싸잡아 본다. 같은 업계이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들이 흙탕물을 만들었다. 만에 하나 이대로 블록체인 분야가 무너진다면 탐욕에 삼켜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먼저 세상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지난 일로부터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